우유는 완전식품, 건강을 위한 최고의 식품으로 많은 사람에게 인식되고 있다.
실제로 기본적 영양섭취가 부족하던 시절, 우유는 굶주림을 막아주고 건강한 성장을 위한 식품의 역할을 했다. 과거로 가면, 미군 부대에서 나오는 분말 우유를 교회나 유치원을 통해 얻어 먹으면서 주린 배를 채우고 최소한의 영양을 유지하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 영양 과잉을 걱정해야 하는 시대가 되고, 양질의 영양분을 얻을 수 있는 음식과 건강기능식품이 넘쳐나고 있는데다, 의료 및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우유의 성분을 찬찬히 들여다 보게 되었다. 모든 신화가 그렇듯, 완전식품이라는 '우유의 신화'도 조금씩 깨지고 있다.
우유는 과연 완전식품인가? 소도 송아지였을 때만 먹다가 조금만 성장하면 안 먹는 우유를 왜 인간은 먹어야 하는 것일까? 우유는 몸에 해롭기까지 한 것일까? 특히 유방암 환자에게 우유 섭취는 금기라는 주장도 나오는데 그게 사실일까? 그동안 우유를 잘 먹고 살아온 우리는 또 뭔가? 왜 우유를 소화시키지 못하는 사람은 또 그렇게 많은가? 우유와 암, 특히 암 중에서도 유방암과의 관계에 대한 상반된 주장을 살펴봤다. 논쟁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고, 어느 쪽 주장이 맞다고 결론이 나지도 않았다. 결국 암환자가 우유를 먹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는 본인이 선택할 수 밖에 없다.
"유방암 환자, 우유 마시면 안된다" 주장
우유가 유방암 악화의 요인이 된다는 주장의 근거는 우유에 들어있는 IGF-1(인슐린 유사 성장인자-1)이다. 우유 속의 IGF-1이 사람의 유방세포에 끊임 없이 증식하라는 신호를 보내는데 유방암 세포도 이를 성장 신호로 받아들여 증식한다는 것이다. 마음편한유내과 김준영 원장은 "우유가 전 연령층에 걸쳐 혈중 IGF-1 농도를 높인다는 연구가 많다"며 "우유 속 카제인 성분과 함께 IGF-1 농도가 높아진다면 일부 암세포 성장에 관여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논리의 연장선상에서 우유가 유방암의 발병 원인이 된다는 주장도 이뤄지고 있다. 우리 몸에서는 매일 수천 개~수만 개의 암세포가 생겨나는데, 면역체계가 정상적일 경우 암세포는 곧바로 사멸되지만, 장기간 면역체계가 고장난 상태라면 암세포가 성장, 증식해서 암이 발병한다. 따라서 비정상적인 암세포의 급속한 성장과 관련된 물질 IGF-1은 암의 원인으로 지목될 수 있는 것이다.
우유가 유방암 외에 난소암 발병을 높인다는 연구도 있다. 유당이 분해되면서 나오는 갈락토오스 수치가 높으면 난소암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하루 3컵 이상의 우유를 마실 경우, 난소암 발병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한다.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에 따르면 하루 3잔 이상 우유를 마시는 남자는 전혀 마시지 않는 남자에 비해 진행성 전립선암 비율이 2배 정도 높게 나타났다고 한다. 이 경우는 칼슘 함량과 연관된 것으로 보고 있다. 뼈 건강을 위해 우유를 섭취하지만 칼슘의 대명사인 우유가 골다공증을 예방하지 못한다는 연구도 있다. 미국 보스턴 브리검 여성병원 연구팀은 22년간 9만 6000여명을 추적 조사한 결과, 골다공증에 의한 고관절 골절 위험을 줄이지 못했고, 남성의 경우 오히려 골절 위험이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유방암 환자 우유 마셔도 괜찮다" 주장
반론도 만만치 않다. IGF-1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우유로 인한 영향은 지극히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우유 속에 들어 있는 IGF-1은 워낙 미량이어서 인체에 영향을 미치기 어려운 데다 이마저도 소화과정을 통해 거의 대부분 분해되기 때문에 암을 유발할 정도의 힘이 없다는 게 주장의 핵심이다. '우유 내 존재하는 CLA와 TVA(tans vaccenic aid)의 유방암에 미치는 효과에 대한 연구'를 발표한 건국대학교 이홍구 교수는 "IGF-1은 혈액 내에도 약 100 ㎍ 이상 존재하는 물질로 우유 속에 들어있는 IGF-1의 농도는 무척 낮다"며 "우유를 아무리 많이 먹는다고 해봐야 하루에 섭취하는 IGF-1의 양은 30㎍ 정도 밖에 안 된다"고 주장했다. "우유에 들어 있는 성분들은 극히 미량으로 유방암을 일으킬 수 있는 양이 아니며 오히려 암 예방에 도움을 주는 기능성 지방산이 들어 있다"는 것이다. 사실 식품 속에 들어있는 특정 성분이 인체에 영향을 미치려면 엄청나게 많은 양을 집중적으로 섭취해야 한다는 것이 대부분의 건강기능식품들이 갖는 한계다. 어떤 음식이 나쁜 영향을 미치는 데도 용량의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치명적 독약이 아닌 이상, 식품이 나쁜 영향을 미치게 하려면 엄청나게 많은 양을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평소 우유를 많이 마셔도 하루 한두 잔에 그치는 한국에서 우유 섭취를 질병으로 연결시키기는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우유 속 칼슘이 골다공증의 원인이라는 주장에 대한 반론도 있다. 육류, 청량음료를 섭취하거나 운동 부족, 비타민D 부족 등도 칼슘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꼭 우유 때문에 골다공증이 유발됐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유방암 환자 굳이 우유를 마셔야 하나"
우유를 둘러싼 논란이 있는데 유방암 환자가 굳이 우유를 먹을 필요가 있나?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환자 스스로 내릴 수 있다면 선택이 가능해진다. 암 환자는 음식을 통한 영양 섭취가 쉽지 않다. 항암 치료, 방사선 치료의 부작용(구토, 소화 불량, 식욕 감퇴 등) 탓이다. 결국 쉽게 먹을 수 있으면서도 영양 성분이 많은 식품을 먹어야 하는데 우유가 그 선택이 될 수 있느냐는 게 핵심 질문이다. 우유는 적은 양으로도 최소한의 영양을 섭취할 수 있고, 간편하게 마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부정적인 연구가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환자들은 찜찜할 수 밖에 없다. 암 투병의 경험을 갖고 있는 한 전문가는 "유방암 환자에게도 우유가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의심한다면 굳이 우유를 고집할 게 아니라 다른 식품을 찾아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인의 75~90%가 유당불내증(유당분해효소 부족 탓에 우유를 먹으면 나타나는 설사 같은 증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암 유발 논란과 관계 없이 우유 섭취는 고려해봐야 할 사안이다.